우리는 간혹 남에게서 힘들다는, 혹은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래도 너정도는 괜찮은 편이야. 나때는 말이야..."
물론 "나때는..."라는 말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단어의 형태만 달라졌을 뿐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변하지 않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힘들다는 것은 상황이 아니라 감정이다. 힘들다는 것이 상황이라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산소 농도가 떨어져 숨을 쉬기 힘든 상황에 있다던가 하는 것이다. 상황이 힘들다면 다른 사람이 같은 상황에 닥친다면 똑같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특정한 환경이 힘들 수도 있고 오히려 즐거울 수도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힘든 것은 환경이나 상황이 아니고 그저 개인의 감정일 뿐이다. 마치 배고프다, 피곤하다, 심심하다와 같은 감정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의 말에 반박하거나 "나때는"이라는 말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친구가 배고프다는데, "나는 더 배고픈 적도 있었어 임마." 라고 한다면 친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것이다. 그저 본인이 배고픈 감정을 느껴 친구에게 한 마디 꺼낸 것 뿐인데 네가 과거에 배고팠던 경험을 말해서 뭐 어쩌자는 것인지 의아해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힘들다는 사람의 말에 딱히 반박할 이유도 없고 내가 더 힘들었던, 혹은 누군가 더 힘들었던 기억을 끄집어내 가져올 필요도 없다. 열심히 공감해 달라는 말도 아니다. 그저 배고프다는 말을 들었을 때와 같은 맥락으로 반응하면 될 일이다.
"요즘 왜이렇게 배가 고프냐."
"요즘 왜이렇게 힘드냐."
"그래? 너 요즘 운동 시작했다더니 소화가 빨라졌나보지 뭐. 밥이나 먹으러 갈까?"
"그래? 너 요즘 알바 하나 더뛴다더니 고생이 많나보네. 술이나 한 잔 할까?"
2023. 6. 27. 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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