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아서 뭐 하려고?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왔다면 평균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명은 83.6세이다. 남자라면 80세, 여자라면 86세 정도이다. 조금 차이가 나긴 하지만 인생 전체로 보았을 때 크게 차이 나는 정도는 아니다.

보통 장수한다고 하면 90세 이상, 100세를 넘기면 정말 오래 사셨다고 말하곤 한다. 반대로 70세에 세상을 뜨면 일찍 돌아가신 감이 있고 60세라면 심각한 지병이 있거나 사고가 아니었을까 한다.

물론 40세 또는 20세 이하의 나이로 세상을 뜨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드문 경우이다.

만약 본인이 20대라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20여 년밖에 되지 않으므로 70세와 90세 인생의 차이가 크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70년과 90년은 평균 수명 대비 10%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기도 하고, 나이가 들수록 체감하는 시간이 더욱 빨라진다고 하니 70세가 되면 20년은 어렸을 적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건강 관련 홍보를 들을 때마다 주로 수명 연장의 관점으로 설명되는 것을 보았는데, 최근 보면 수명 몇 분 늘린다고 인생이 행복해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건강 생각 안 하면서 마음대로 살자는 취지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살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

10~20년 더 오래 산다고, 더 적게 산다고 큰일 일어나지 않는다. 막상 죽고 나면 주변 사람들이 슬퍼하기야 하겠지만, 늦게 죽는다고 그들이 기뻐하는 것은 딱히 아니다.

결국 나 좋자고 사는 인생인데, 내가 좋으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일단 몸이 건강해야 정신이 건강해지는 법이고, 정신이 건강해야 건강한 몸을 내가 원하는 목적을 위해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법이다.

행복하게 죽는 법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행복한 인생을 살다가 갑자기 죽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행복한 인생을 살고 '나서' 죽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고 많은 일을 해왔어도 내일 내가 죽는 것을 알고 있다면 아쉽지 않을 수가 있을까.

현재를 희생하던 미래를 희생하던 죽기 1초 전에 행복하지 않았다면 행복하게 죽었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과거에 행복했다고 해서 미래에 더 고통받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며, 과거에 고생했다고 해도 미래의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내가 질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면서 세상을 뜨고 싶지 않은 이유이며, 그럴 바엔 지금 당장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전두엽을 관통하여 순식간에 가버린다면, 차라리 그것이 행복한 죽음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세상에서 언제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의무가 내게 있으며, 그것이 내 삶의 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 10. 1.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