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는 『Status anxiety』로 불안이라는 상태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이다. 저자의 사고방식과 서술하는 성향이 나랑 비슷한 것 같아 술술 읽혔다. 책을 읽으며 수많은 문장을 기록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으며 각각의 인상 깊은 구절에 대한 장문의 의견을 남겨두고 싶었다. 순례길을 걸으며 읽었는데 아쉽게도 그때는 짐을 최소한으로 들고 있었기 때문에 편히 적을 만한 수단이 없었다. 남은 건 문장 위에 칠해진 형광도료가 전부다. 이렇게라도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내가 느낀 인상을 기록해 본다. 불편은 모욕을 동반하지만 않으면 오랜 기간이라도 불평 없이 견딜 수 있다. 불편은 쉽게 말하면 정신적 혹은 육체적인 고통이다. 걱정할 것이 많거나 힘을 쓸 일이 많. 순례길을 걷게 되면 하루에 ..
태평양 한가운데에 떠 있는 무인도에 짐을 나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면, 아무것도 없는 섬에 조금씩 쌓여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인생의 의미가 결정된다. 무엇을 쌓는지에는 정답이 없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빠르게 쌓는가도 전혀 상관없다. 그저 나만 알고 있는 텅 빈 섬에 아무 물건이나 조금씩 가져다 두는 것일 뿐이다. 처음에는 커다란 섬에 물건이 하나둘밖에 없으니 눈에 잘 띌 것이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양이 늘어나면 예전에 두었던 물건들이 무엇이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더 이상 물건을 둘 자리가 없어 기존에 가져다 두었던 물건들 위에 겹겹이 쌓아야 할 수도 있다. 먼저 있었던 물건들은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겠지만, 일부러 파헤치지 않는 이상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