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時적 불멸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불멸을 원한다. 불멸을 원하는 이유는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불멸을 원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쌓아온 죽음에 대한 사유는 모두 죽음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불멸을 원했던 권력자는 무수히 많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도 무수히 많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알 듯이, 성공했던 사람은 없다. 아니면 단지 우리가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쉽게도 나는 영원히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인간은 유한한 삶을 살기에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자리에 왔는가. 내가 방금 했던 말과는 모순되게도, 우리 모두에게 불멸을 부여하러 왔다.

여기부터는 과학이 등장한다. 배경지식이 조금 필요할 예정이다. 만약 어렵다면, 안타깝게 되었다.

우리는 하늘에 별이 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하늘의 별이 30억년전에 떠 있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별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별이 지금 떠있을지 그렇지 않을지는 잘 모른다. 30억광년 떨어져 있는 별이라는 것은 그 별이 보내는 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30억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우리가 보는 그 별은 30억년전의 별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별이 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고, 지구는 우리의 모습을 담은 빛을 사방으로 내뿜는다. 이 빛은 언제까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허블 상수란 외부은하의 후퇴속도와 거리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비례상수이다. 쉽게 말하자면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다. 아쉽게도 인류는 아직 정확한 허블 상수 값을 발견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에 따라 지구의 운명이 결정된다. 허블 상수가 특정 임계값에 도달하면 우주팽창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아진다. 허블상수가 이 임계값보다 높아지면, 우주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낮아지면 우주는 빛보다 느린 속도로 팽창하는 것이다. 우주가 빛과 같거나 보다 빠르게 팽창한다면, 우주 안에서 별들이 내뿜는 빛은 영원이 우주 안에서 직진할 것이고, 우주가 빛보다 느리게 팽창한다면, 별들이 내뿜는 빛은 언젠가 우주 벽에 다다라 멈출 것이다.

그쪽의 자세한 사정은 모르므로, 지구의 빛이 영원히 나아갈 확률은 3가지 선택지 중 2가지 이므로 2/3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무려 과반수가 넘는 확률로 우리의 모습을 담은 빛을 영원히 존속시킬 수 있다. 만약 인류가 1000년 후에 멸망한다 해도, 1000광년 거리에 사는 외계생물은 저 멀리 푸른 행성에 인류가 살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10억년 후 10억광년 거리에 있는 외계생물도 마찬가지다. 당연이 20억년, 100억년, 그리고 무한한 시간이 흐른 후에도 동일하다. 그곳의 외계생물은 그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에 저 먼 곳의 푸른 행성에 인간들이 살고 있다고 말할 것이고, 그들의 머릿속에 인간은 언제나 살아있을 것이다. 영원히. 이로서 인류는 불멸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브라이언 그린 <엔드오브타임> 의 개념 '시적 불멸'을 가져왔음.

 

 

 

2022. 1. 28. 1:28